방음터널이 화 키웠다… 제2경인 화재 5명 사망

입력 2022-12-30 04:06
경기도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갈현고가교 상행선에서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해 방음터널 위로 화염이 치솟으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소방 당국은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가 방음터널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확산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독자 제공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갈현고가교 구간에서 29일 오후 1시49분쯤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폐기물 트럭에서 발생한 뒤 소음 차단을 위한 방음터널로 번졌다. 방음터널 플라스틱 패널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염이 터널 수백m 구간을 휘감았다. 이 불로 5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트럭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 4대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37명 중 3명은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34명은 단순 연기 흡입 등 경상으로 확인됐다. 화재로 소실된 차량은 45대로 파악됐다. 수색 결과에 따라 인명 피해 등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규모가 크다고 판단해 신고 접수 20여 분만인 오후 2시 11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10여 분 뒤인 오후 2시 22분쯤 경보령을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오후 3시 18분 큰 불길을 잡았고,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완전히 진화했다.

이날 화재는 방음터널의 플라스틱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피해를 키웠다. 플라스틱 패널이 화염에 녹아내려 불똥이 비처럼 떨어져 방음터널은 뼈대만 남기고 전소됐다. 터널 양옆으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등 유독가스도 순식간에 내부에 가득찼다. 터널 구간에서 운행하던 강모씨는 “검은 연기가 100m 달리기 선수가 달려오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한꺼번에 덮쳐 왔다”고 말했다. 방음터널이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소방설비가 없었던 점, 패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재 발생 당시 방음터널 구간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현장에서 누군가 대피하라고 말했고, 대부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터널 바깥쪽으로 뛰어나갔다”며 “불길이 워낙 거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방음터널 양방향 진입을 통제하고 인접 IC에서 차량들을 우회시켰다. 이 때문에 주변 도로가 한때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현장 수색을 철저히 하고 구조된 분들의 의료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방음터널 등 유사시설 긴급 점검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과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