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발생한 화재는 방음터널의 재질과 구조적 특성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으면 화재는 도로를 달리던 폐기물수집용 집게차 내부에서 처음 발생했다. 다른 차량과의 충돌 등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도로 위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도로 위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방음터널에 옮겨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음터널의 천장 쪽에 먼저 옮겨붙은 불길은 터널을 따라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해당 방음터널은 가연성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터널 안에 있던 차량의 연료도 불길을 키웠다.
방음터널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막기 위한 시설이다. 방음벽과 달리 지붕이 있는 터널 형태다. 하지만 터널은 그 자체로 화재에 취약하다. ‘밀폐’에 가까운 구조적 특성 때문에 열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터널 내부에 쌓이고, 그 결과 불길이 더 빠른 속도로 옆으로 퍼진다. 플라스틱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의 양도 상당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방송에서 “일반 터널보다 방음터널이 화재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방음터널 설치 규정상 가연성 재질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도 국내 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은 가연성인 플라스틱 재질이 사용된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소방연구원 관계자는 “방음터널의 경우 주로 도심에 설치되는데 도시 미관이나 터널 내 쾌적성,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가연성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이 나면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