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순양그룹 오너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하지만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 중 어떤 경영 체제가 효율성이 높은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재계·학계에서는 기업의 경영 체제 보다는 개인의 경영 능력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영효율성을 연구하는 백자욱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세계적인 흐름은 전문경영인 체제이지만 결국 개인의 자질이 중요하다”면서 “각 기업 이사회가 오너나 전문경영인에 상관 없이 경영 능력을 평가해 CEO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2018년 논문 ‘오너CEO기업과 비오너CEO기업과의 경영실적 비교분석’을 발표했다.
백 교수는 이 논문에서 2015~2017년 상장된 비금융기업 662개를 대상으로 가족기업과 비-가족기업 및 오너CEO기업과 비오너CEO기업 간의 경영효율성을 실증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가족기업과 비-가족기업간의 경영효율성 검증 결과 가족기업에서 평균적으로 높았다(표 참조).
국내 기업 93% 가족기업이었다. 가족기업 기준은 가족이 기업 지분 20% 이상을 소유한 경우다. 가족기업 중 오너가 CEO인 기업과 오너가 채용한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 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은 희박하지만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군의 경영효율성이 높았다.
가족기업 중에서는 47%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져 있었다. 국내 대기업 다수는 오너 가족이 지분 20% 이상을 가진 가족기업이면서 오너가 지주회사 대표이거나 주요 계열사 경영권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한국 대기업의 경우 창업주를 이어 2세, 3세 등이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흔하다. 4세가 물려받아 경영하는 경우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IT 분야 등 빠른 결정이 필요한 사업 분야는 오너 경영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대 대기업 임원은 “오너는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지만 전문경영인은 단기 실적으로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IT기업도 전문경영인을 세우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 어느 것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지위 악용과 사유화의 문제는 두 체제 안에서 다 나올 수 있다”며 “합리적인 선임과 견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경영 체제보다는 경영인에 기업의 수명이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견해다.
2009년 대한상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 중소제조업체의 평균수명은 12.3년이었다. 100대기업의 40년 생존율은 12%에 불과했다. 3대 대기업 임원은 “사람이 각자 다른 운명을 갖듯 기업도 각자 여건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면서 “토요타는 토요타 아키오를 왜 CEO로 선택했겠나. 오너와 전문경영인이란 구분보다 상황과 능력이 더 우선한다”고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한국이 어떤 속도로 전문경영인 트렌드를 따를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전문경영인을 세운다면 다른 기업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전문경영인이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할 때 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