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25%P 더 오르면 저축銀 차주 21% ‘고위험’

입력 2022-12-30 04:09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2% 포인트가량 오르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객 5명 중 1명은 연소득의 70%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고위험 차주’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농협 등 상호금융사에서는 고위험 차주 비중이 40% 가까이 치솟는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면 고위험 차주의 빚 부담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29일 개인 신용평가사 KCB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70%를 넘긴 고위험 차주 비중은 전 금융권 평균 9.2%로 나타났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권별로 현재 고위험 차주 비중을 보면 저축은행 18.9%, 신용카드사 12.6%, 캐피털사 12.3%, 상호금융사 10.5% 순이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지금 수준보다 2.25% 포인트 상승한다면 전 금융권 평균 고위험 차주 비중(11.9%)이 12%에 육박할 만큼 커진다는 점이다. 저축은행(21.7%)은 5명 중 1명 이상이 고위험 차주가 된다. 신용카드사(15.4%)와 캐피털사(15%), 상호금융사(14.9%)도 고위험 차주 비중이 15% 안팎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보면 고위험 차주 위험도는 더 커진다. 이들이 저위험 차주보다 많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 차주 대출 잔액은 심사 강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호금융사와 저축은행에 집중돼 있다. 시중금리 2.25% 포인트 상승 시 상호금융사 대출 잔액 중 고위험 차주가 빌린 몫은 38.7%, 저축은행은 29.5%에 이른다. 캐피털사(23.3%)와 신용카드사(18.8%)의 경우 고위험 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여전히 4~5명 중 1명꼴로 위험 수위다.

시중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 등 세계 투자은행(IB) 10곳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돈줄을 계속 죌 것으로 내다본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는 내년 중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발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고, 지난해 오른 금리가 순차적으로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의 72.7%가 금리 변동형인데 시중금리 상승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던 지난 7·10월 여파는 내년 중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제2 금융권 감시망을 강화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한꺼번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