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강제이행금 부과 동대문구에 법적 대응 시사

입력 2022-12-29 03:02
다일공동체가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서 독거 어르신들과 함께 ‘거리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건물 철거와 강제이행금 부과를 두고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와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다일공동체는 28일 “다음 달 10일까지 이필형 구청장과 면담이 실행되지 않거나 면담 후에도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11일 구청장을 형사고발 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동대문구는 최근 철거에 응하지 않는 다일공동체에 강제이행금 2억8328만4500원을 부과하겠다고 통지했고 이날 강제이행금 부과를 확정했다.

다일공동체는 1988년부터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를 통해 34년째 독거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철거 대상인 건물은 재단의 취지와 활동에 공감한 서울시와 동대문구청, 서울시의회 승인을 받아 2009년 서울시 시유지에 세웠다. 지난해 6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구청 허가를 받아 본관과 추가건물 증축 공사에 나섰지만 지난 1월 서울시가 무단 증축을 문제 삼아 최일도 대표를 고발했다. 이후 서울시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고발을 취소했다. 대신 다일공동체는 증축한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토지사용 승인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일단락된 듯 보였던 논란은 지난 10월 동대문구가 ‘무단 증축’을 이유로 다일공동체에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다시 불거졌다. 구청은 다일공동체가 철거에 응하지 않자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다일공동체는 “증축은 유덕열 전 구청장이 지시한 것이며 관련 공무원들의 합법성 추인(지속적 묵인)으로 이뤄졌다. 증축 행위의 주체가 동대문구인 이상 그 책임은 구에 있다”며 구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대문구는 “증축 공사로 통학로 주변 아이들의 안전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주민 민원이 많다”면서 “다일공동체에 공사 중지 명령 5회, 사용 중지 명령 1회, 시정지시 1회를 했으나 모두 무시하고 있어 강제이행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이행금 납부에 한 달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있으며 납부가 되지 않으면 압류나 강제 철거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다일공동체는 다일복지재단법률자문위원회(위원장 홍원식 박사)를 구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청장 형사고발은 물론 주민소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해 소환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임기종료 전 해직시키는 제도다.

자문위원회는 “지금이라도 구가 법치주의 원리에 입각한 행정을 편다면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의거, 관할 선관위에 이 구청장 주민소환 투표 실시를 청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청과의 다툼이 길어질 경우 밥퍼 사역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 대표는 “독거 어르신들은 한파 속 밥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 살고 계신다”며 “밥퍼 건물을 양성화해 이들을 위한 나눔 사역을 계속 이어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