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1373명을 대상으로 특별사면과 복권을 27일 단행했다. 지난 8·15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치인과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했던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범도 다수 사면·복권됐다. 대상자들은 28일 0시를 기점으로 사면된다.
한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특별사면 단행 배경을 밝혔다.
특별사면 대상에는 이 전 대통령과 김성태 전병헌 신계륜 이병석 이완영 최구식 전 국회의원,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 등 여야 정치인 9명이 포함됐다.
사면·감형·복권된 공직자 66명 중에는 박근혜정부 ‘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병호 남재준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들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도 사면됐다.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이던 주요 인사 대부분이 사면 대상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연루자를 무더기로 수사 및 기소했었다. 이후 두 사람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로 있을 때 이 전 대통령을 횡령·뇌물 혐의로 기소해 징역 17년 확정판결을 이끌어 냈다.
감옥에서 ‘사면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됐다. 다만 김 전 지사는 복권 없이 ‘잔형 집행 면제’만 이뤄져 2027년 12월까지 공직 선거에 나갈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내년 5월 형기가 만료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국민통합 관점에서 대상자와 사안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대상자 의사에 좌우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으로 징역 13년이 확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잔형 감형’으로 남은 형기가 절반으로 줄어 약 3년 뒤 출소한다. 현 정부 인사 중에서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 선고 유예가 확정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형 선고 실효 혜택을 받았다.
지난 18·19대 대선, 20대 총선 때의 선거사범 1274명도 복권됐다. 임신 중인 수형자(1명)와 생계형 절도사범, 중증환자 등 일반 형사범 8명과 공직자 주도 범행에 가담하거나 사회적 갈등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일반인 16명도 특사 대상에 들었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국정농단의 큰 책임이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며 “사면권자인 현직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고 특별히 사면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복권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과 전례를 고려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벌금 미납액 82억원도 사면 대상에 포함돼 면제된다.
양민철 신지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