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왔다… 23년째 몰래 선행

입력 2022-12-28 04:07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7일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상자를 열고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3년째 이어진 선행이다. 27일 오전 11시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제한’이 표시된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목소리의 남성은 “성산교회 인근 유치원 차량 오른쪽 바퀴 아래에 성금을 놓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보니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세워 보니 금액은 모두 7600만 5580원이었다.

A4용지에는 “대학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직원들은 이를 보내온 사람이 해마다 남몰래 큰 성금을 보내온 ‘얼굴 없는 천사’라고 추정했다. 이 천사는 2000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 노송동주민센터 옆에 수천만원이 담긴 상자를 놓고 사라졌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은 이날까지 모두 24차례(2002년엔 두차례 기부) 8억8473만3690원에 이른다.

전주=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