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군을 믿을 수가 없다. 북한 무인기가 다섯 대나 우리 영공을 침입해 헤집고 다니는데, 서울까지 내려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일대를 촬영한 정황도 포착됐는데, 속수무책이었다. 그 다섯 대는 격추됐어야 했다. 정찰용으로 보인다지만, 언제든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는 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공격에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지난 16일 합참의장도 이를 의식해 무인기 방공태세를 강조했다는데, 불과 열흘 만에 방공망이 뻥 뚫려버렸다. 한 대도 떨어뜨리지 못하고 몇 시간씩 영공을 유린당한 것은, 실전 상황이었다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참담한 패배다. 허술한 방공망을 확인한 북한은 이제 수시로 무인기를 내려 보내 우롱하려 들 것이다. 이런 군에 과연 내 생명을 의지할 수 있겠는가. 많은 국민이 심각한 회의에 맞닥뜨렸다.
2014년 우리 영토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처음 발견됐다. 넘어온 걸 알지도 못했던 군은 방공망을 정비한다며 세 가지 대응책을 꺼냈다. ①무인기를 탐지할 저고도 레이더 도입 ②격추할 30㎜ 차륜형 대공포 개발 ③격추 과정의 민간 피해를 최소화할 전파교란 무기 ‘재머’ 개발. 8년이나 흐른 지금 전력화된 것은 ①뿐이다. ②는 작년부터 실전 배치했지만 이번 작전에서 활용할 엄두도 못 냈고, ③은 최근에야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니 넘어오는 것을 뻔히 보면서 어떻게 떨어뜨려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만 했다. KF16 전투기부터 아파치 헬기까지 20여대를 출격시키고도 작은 드론에 농락당한 꼴이 됐다.
군은 드론 대응 전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응 자세도 돼 있지 않았다. 작년부터 30㎜ 대공포를 갖다놓고 쓰지 못한 것, 2019년부터 드론 방어용 레이더(SSR)에 주파수 무력화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이런 공격에 맞설 훈련과 준비가 턱없이 부족함을 말해준다. 2014년에 이어 2017년 북한 무인기가 다시 침투했는데, 이후에도 훈련은 전무했다고 한다. 지난 정부가 아무리 북한에 저자세였다 해도 명색이 군대라면 구멍 뚫린 방공망 정도는 제대로 정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군이 보여준 대비태세는 허접하기만 했다. 북의 도발에 맞서 발사한 미사일은 거꾸로 날아가 우리 부대를 덮쳤고, 드론 잡으러 출격하던 경공격기는 추락했다. 해마다 5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써온 군이 이렇게밖에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철저히 원인을 찾아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