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드저니(Midjourney)였다. 명령에 따라 데이터 학습을 통해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 오픈했다. 누구나 명령어만 잘 입력하면 수준급 그림을 척척 그려낸다.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미드저니 작품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을 빚었는데, 구글의 이마젠(Imagen), 메타의 메이크어비디오(Make-A-Video), 오픈AI의 달리(Dall-E) 등도 각축을 벌인다. 미술과 사진뿐 아니라 음악, 소설, 시나리오, 영상 등 콘텐츠에서 AI 창작은 현실이다.
대지예술이라는 조경도 피차일반이다. 작년 현대엔지니어링, 서울대, ㈜플래닝고가 함께 공동주택 조경설계 자동화 기술협약을 맺었는데, 축적된 도면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도면을 자동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조경가의 창작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미술처럼 AI가 설계한 공원과 조경을 만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2주 전에는 서울 양천구 갈산문화예술센터에 안양천 가상현실(VR) 체험장을 오픈했다. 양천구가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협업해 안양천공원을 3D로 모델링하고 그 영상을 자전거나 배를 탄 듯 즐기는 것.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의 시작 단계로, 향후 실시간 변화하는 공원을 어디서나 즐기고 예측하고 또 관리하게 된다. 지난달 오픈AI가 내놓은 AI 챗봇 서비스(chatGPT)도 단 5일 만에 100만 이용자를 달성했는데, 공원 등 모든 행정서비스의 소통 방식마저 바꿀 기세다.
한 해 내내 가뭄과 산불과 홍수, 전쟁과 참사에 정치·경제·기후위기의 먹구름까지 덮였지만, 한쪽에선 4차 산업혁명도 소리 없이 다가선다. 기술이 공원과 도시와 국토와 지구의 위기를 막고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나아가 자연과 인간, 공정과 배려, 이윤과 분배의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새해부터 풀어가야 할 과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