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안전 대책 수립과 사후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구속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법원에서도 처음으로 인정됐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판사는 26일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은 재난·안전 관련 책임자로서 핼러윈 기간 이태원 지역의 사전 대책 수립과 사후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지역 내 발생한 인명사고를 두고 지자체장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수본은 앞서 23일 구속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보다 지자체의 책임이 무겁다고 보고 있다. 박 구청장 구속으로 특수본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해 구속사유로 영장에 적시했다. 최 과장은 주무부서 책임자로서 참사 발생 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 29일 낮부터 저녁까지 지인과 사적인 술자리를 가지다가 사고 소식을 알고도 현장으로 가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앞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문인환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고 있다. 또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 다른 기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