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 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권리(인격표지영리권)가 법으로 명문화된다. 최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유명인이 늘어나고, 이를 이용한 영리활동이 증가하는 만큼 관련 권리를 명확히 법으로 규정하고 보호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이름·초상 등에 관한 권리)으로 불리는 인격표지영리권은 개인의 초상·성명·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미국 36개 주와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인격표지영리권을 법률이나 판례로 인정하고 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사진 등 인격표지 자체에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이나 초상권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개인의 인격표지영리권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규정하되 당사자 동의가 있으면 타인도 영리적 이용이 가능토록 했다. 당사자의 신념이나 가치관 등에 반하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면 이용 허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도 담았다. 또 언론 취재 등 합리적 사유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선 인격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 등에서 관중 얼굴을 화면에 비추거나 언론의 시민 인터뷰 등에 대해선 예외적 사용을 허가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할 경우 해당 권리를 ‘재산권’처럼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상속 후 존속 기간은 30년으로 정했다. 권리가 침해되면 ‘침해 제거’를 청구하거나 ‘침해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한다. 이런 권리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 심의관은 “SNS 발달로 누구나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했다”고 했다.
국내에서 인격표지영리권 개념이 사용된 건 1995년 이른바 ‘이휘소 사건’이 최초다. 당시 김진명 작가가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이름·사진 등을 이용해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펴내자 이 박사 유족 측은 인격표지영리권이 침해됐다며 출판금지 등 소송을 냈었다. 이후 국내 법원은 방탄소년단(BTS) 등 일부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의 무단 사용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일부 인정해 왔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