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임재는 보고서 작성 지켜봤고 구청 안전과장은 ‘낮술 만취’

입력 2022-12-26 04:05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안에서 상황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을 실시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됐다. 초기 상황보고서엔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사고 발생 2분 뒤인 오후 10시17분으로 적혀있는데, 이런 허위 사실 기록을 지켜보고도 묵인·승인했다는 게 수사팀 결론이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당일의 이태원파출소 내부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을 마쳤다. 당일 용산서 직원이 파출소 내에서 상황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 전 서장이 보고서 작성자의 뒤에 서서 모니터 화면을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당일 오후 11시5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된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둔 행위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서장은 “현장 도착 시간이 잘못 적힌 것을 뒤늦게 알고 다음 날 상황보고서에서는 이 부분을 빼라고 지시했다”고 반박해 왔다. 애초 속일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사후에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추가된 2차 구속영장을 지난 23일 발부했다. 파출소 CCTV에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당일 오후 10시32분쯤 이 전 서장과 통화를 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전 서장은 “주변이 시끄러워 (보고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CCTV 화면에는 송 전 실장이 손짓을 하며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 녹화됐다고 한다. “오후 11시 이전에는 상황 파악을 못했다”는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특수본 수사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26일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이 예정돼 있다. 박 구청장은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됐다. 최 과장은 참사 당일 낮부터 저녁 시간까지 사적인 술자리를 갖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도 현장에 가지 않은 채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해밀톤호텔 소유주 일가의 횡령 등 비리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톤호텔 이모(75) 대표이사의 모친과 아내가 사내이사와 감사로 이름만 올려둔 채 수년간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가져간 정황이 잡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