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삭제 혐의로 연내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면서 6개월간 이어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격 사건 관련 은폐와 월북 몰이 혐의의 최종 책임자로 서 전 실장을 지목한 상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조만간 서 전 실장을 이씨 피격·소각 첩보를 삭제토록 관계 부처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이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후 이튿날 새벽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고 국방부 등에 ‘보안 지침’을 내린 혐의로 앞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그는 재판에 넘겨진 지 2주 만인 지난 23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 달라며 보석을 신청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에 대해서도 신병 확보 절차 없이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서 전 실장의 첩보 삭제 지침에 따라 박 전 원장이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시켜 국정원 내부 첩보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게 검찰이 보는 범행 구도다. 다만 박 전 원장이 80대 고령으로 주거가 일정하고, 서 전 실장 지시를 받은 종범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군사정보체계(MIMS) 내 관련 첩보 107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사로 석방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지난 7월 국정원 고발 이후 반년간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관계 기관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모두 보고받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검찰은 서 전 실장이 대통령 보고 전 사건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3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소환조사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진행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