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토교통부 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316만6772대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2546만1361대)의 12.4%에 달한다. 수입차는 2014년에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었다. 이후 빠르게 증가해 4년 만인 2018년 216만9143대를 기록했다. 2019년 241만4187대, 2020년 268만2054대, 지난해 294만5690대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수입차 27만대가 팔리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수입차 성장세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견인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이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는 벤츠(66만893대)다. BMW(58만3705대)가 뒤를 쫓고 있다. 이어 아우디(22만7123대), 폭스바겐(21만6147대), 렉서스(12만7823대) 순이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BMW 520d(6만6342대)와 벤츠 E300(6만5898대)이다.
수입차가 한국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대중화 전략이 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사후 서비스 개선에 집중해 효과를 거뒀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전국 961곳에 달한다. 인증중고차 시장을 개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BMW그룹, 르노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수장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하고, 주요 신차를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는 부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실적이 올해 139만대 수준이라고 추산한다. 전년 대비 2.5% 감소한 수치다.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었던 2013년(137만3902대) 이후 가장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는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한 차량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현대차 1t 트럭 포터(8만3169대)다. ‘연 10만대 클럽’을 배출하지 못한 해는 2000년 이후 2013·2016·2021년뿐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이 촉발한 생산 차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밀린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물량을 수익성이 높아진 해외로 돌린 것도 국내 판매량 저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가 사치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차량 가격을 올리면서 수입차 선호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