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의 진실을 가릴 재판이 시작됐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이들은 이를 인정했다. 이들의 진술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2021년도 그해에 국한돼 일어난 범행이 아니다. 약 10년 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대장동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경제적으로 유착된 피고인들이 공범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은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남욱 변호사가 조성한 대선자금 명목의 8억4700만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을 거쳐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남 변호사를 제외한 전원이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유동규·남욱·정민용씨는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지만, 김용씨만 부인했다”며 “공소사실은 한 문장 한 문장 증거 입증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은밀하게 전달되는 정치자금 성격을 고려하면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하게 갖춰진 것은 드물다”고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게 전혀 없다고 검찰에서 수차례 말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진술을 거부했다”며 “법정에서 억울한 점을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빙성 판단을 위해 피고인들에게 대질 신문을 제안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인재 물색을 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이 대표 측이 부인한 데 대해 “양심이 있느냐”며 반발했다. 그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너무 웃긴다. 다음에 또 그러면 제가 어떻게, 어디서, 몇 번을 만났는지 낱낱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