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현안 해결 매개 지자체 기부 요구’ 판례로 혐의 다져

입력 2022-12-23 04:08
연합뉴스

검찰이 의심하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인허가권을 매개로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주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과 관련된 축구단에 거액이 지원되게끔 한 사건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남FC 사건을 ‘국정농단’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후원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었다. 검찰은 민간 현안 해결과 지자체 측 기부 요구가 거래된 판례들을 검토하며 부정한 청탁 등 제삼자뇌물과 관련한 법리를 보강해 왔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자체장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두산그룹의 현안을 해결해 준 대가로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고 피의자 신분 출석을 요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하기에 앞서 성남FC와 두산, 네이버 등 후원기업 임직원,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다수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이 대표의 진술을 직접 청취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해 지난 9월 출석을 요구한 바 있지만, 이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동희 전 안성시장의 판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자체가 북한 선수들을 초청하는 체육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예산 조달에 실패하자, 인허가 문제를 겪던 골프장업체와 아파트 시행사에 기부를 요청하고 제안받은 사건이다. 법원은 이 전 시장이 인허가권자였던 점, 인허가와 기부 행위가 순차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해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 전 시장이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지자체장이었다는 점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양형 이유가 됐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 소식에 법조계에서는 “성남에서 스타트를 끊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를 향하는 검찰 수사가 성남FC 의혹 이후에도 다수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반부패수사3부가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사건에서도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정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측근들은 이미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대선 경선 자금 등 명목으로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있다. 법정에서는 이 대표 측을 위한 개발이익 배분이 애초 예정돼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계속 수사 중이다. 이 대표가 2018년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쌍방울그룹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관련 공직선거법 혐의 사건은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쌍방울의 전환사채 등으로 변호사비가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결정서에 적었다. 검찰은 사건 실체를 알고 있을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의 귀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