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 두 개 중 하나 나누는 기부 어때요

입력 2022-12-23 03:00
엔씨엠엔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마포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1221 레드하트데이’를 설명하고 있다. 엔씨엠엔 제공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 빨간 하트 조형물이 세워졌다. 신촌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조형물을 쳐다보자, ‘1221’이라는 빨간 색 글자가 장식된 머리띠를 쓴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에게 다가가 두 개의 핫팩을 건넸다. 그러면서 “한 개의 핫팩은 가지시고, 다른 하나는 주변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달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의 이 말은 사단법인 엔씨엠엔(NCMN·대표 김미진) 5K프렌즈가 이날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한 ‘1221 레드하트데이’ 행사를 농축해 설명하고 있었다.

엔씨엠엔은 이웃사랑 운동을 펼치는 선교단체로 홍성건 목사가 2012년 설립했다. 레드하트데이는 엔씨엠엔이 올해 처음 기획한 ‘나눔의 날’ 행사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남는 것을 주변에 나누면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게 행사의 취지다. 12월 21일인 이날 행사를 진행한 것도 “나에게 하나 있는 것을 둘이 나누고(12) 두 개 있는 것 중 하나를 나눈다(21)”는 이유에서다.

우연히 현장에 온 시민들도 이 같은 내용에 공감했다.

장경호(48)씨는 “(오늘이) 둘째 딸 생일인데 나눔의 날이라고 하니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며 “앞으로도 사회 곳곳에서 나눔을 잘 실천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눔에 편견을 갖던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21일 부산역에 설치된 레드하트데이 조형물 앞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엔씨엠엔 제공

신희재 간사는 “‘대가 없는 나눔은 없다’는 편견 때문인지 사람들은 무료로 핫팩을 나눠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핫팩을 받고 자원봉사자들의 설명을 들은 뒤 호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단체 관계자들에게 음료수 간식 화장품 등을 전달하며 나눔을 실천한 시민도 있었다.

신 간사는 “50대 여성분이 ‘추운 날씨에 나눔 문화를 펼쳐주셔서 감사하다’며 따뜻한 군밤을 사 오시기도 했다”며 “한 중국인 커플은 행사 취지에 감명받아 근처에 있던 부모님, 동생까지 데려와 이곳에서 나눔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캠페인을 위해 장소를 내어준 곳도 있었다.

엔씨엠엔 관계자는 “해운대 구남로의 치킨집 사장님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좋은 일’이라며 영업장 앞 공간을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들도 행사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엔씨엠엔 간사로 활동하며 이날 봉사자로 나선 개그맨 오지헌씨는 오가는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고, 조형물 앞에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날 엔씨엠엔은 서울 신촌은 물론 서울역과 부산 해운대, 광주 송정역, 동대구역, 대전역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열었다. 매년 12월이면 이 캠페인을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미진 엔씨엠엔 대표는 “이웃에 가난한 자가 없도록 하라는 신명기 15장 말씀을 바탕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눔 문화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에서부터 전 세계로 나눔 문화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