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이 돈줄을 죄는 가운데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단기 자금 시장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한국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까지 치솟았다. 제2 금융권 유동성 지표가 낮아지고 10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대출 중 40조원의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 20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10월 23.6까지 치솟았다. 금융불안지수가 22를 넘기면 금융 시장 안정에 위기가 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3으로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임계치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증권사 유동성 비율은 2019년 말 133.7%에서 올해 9월 말 120.6%로 하락했다. 이 기간 신용카드사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은 220.3%에서 155.6%로, 캐피털사는 169.8%에서 134.4%로 각각 하락했다. 한은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대내외 금융 시장 불안 등 공통 요인과 업권별 특이 요인이 맞물리면서 제2 금융권 유동성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대출도 문제다. 한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올해 말 12.9% 수준인 취약 차주 대출 부실 위험률은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부진이 맞물릴 경우 내년 말 16.8%로 상승한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책의 정책 효과까지 사라지면 취약 차주 대출 부실 위험률은 19.1%까지 오를 수 있다.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추세대로 증가한다면 내년 말 기준 취약 차주 대출 102조원 중 적게는 15조원, 많게는 20조원이 부실 위험에 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시기 비취약 차주는 전체 대출 1028조원 중 16조~20조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 1년 뒤면 전체 자영업자대출 중 최대 40조원가량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취약 차주 채무 재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상 차주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을 분할 상환으로 바꾸는 등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자영업자대출을 많이 내준 금융사의 경우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대손 충당금도 더 많이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