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의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한 현행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규정한 100m 이내의 옥외 집회 금지 구역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가 2024년 5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헌재는 “막연히 폭력적, 불법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로 번질 우려가 없는 소규모 집회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헌재는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해당 조항을 통한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라는 목적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약 정도를 비교할 때 심판대상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론에 동의하면서 별개의 위헌 이유를 냈다. 관저 개념 정의를 따로 하지 않은 다수 재판관과 달리 두 재판관은 집시법에 명시된 ‘관저’는 “집무실 등 대통령 등의 직무수행 장소를 포함하는 광의의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즉 넓은 개념의 대통령 관저 인근의 모든 집회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날 헌재 결정에 따라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로부터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도록 한 집시법 개정안(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그동안 국회의사당·국무총리 공관 인근 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