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정이 개정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바뀌게 된다.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특히 수능 탐구영역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탐구 영역의 공부 범위가 확 줄어들 수도, 반대로 많이 늘어날 수 있다.
고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수능의 시험 범위 및 과목과 직결된다. 새 교육과정은 공통과목과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고교 과목을 분류하고 있다. 수능 시험 과목은 통상 일반선택 과목을 기본으로 공통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을 조합해 구성한다.
새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선택 과목의 수를 줄이고 진로선택 과목을 세분화해 과목을 늘렸다는 점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사회 일반선택 과목은 한국지리 등 9개 과목이다. 9개 과목 모두 수능 사회탐구 과목이다. 새 교육과정은 일반선택 과목을 ‘세계시민과 지리’ ‘세계사’ ‘사회와 문화’ ‘현대사회와 윤리’ 4개로 축소했다. 대신 진로선택 과목을 한국지리와 탐구, 도시의 미래 탐구 등 9개 과목으로 구성했다.
과학의 경우 ‘Ⅱ’ 과목을 없앴다. 현행 교육과정은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일반선택,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를 진로선택 과목으로 구분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과목을 정할 때 ‘Ⅰ’ 과목만 수능에 넣고 싶었지만, 과학계 등의 반발로 ‘Ⅱ’과목까지 포함시켰다. 새 교육과정은 일반선택에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Ⅰ·Ⅱ 구분을 없앴다. 대신 진로선택 과목을 역학과 에너지, 세포와 물질대사 등 8개 과목으로 세분화했다.
따라서 수능 사회탐구의 경우 기존 9개 과목에서 4개로 축소될 수도 13개로 늘어날 수도 있다. 과학탐구의 경우 현재 8개 과목에서 4개로 줄거나 12개로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새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상정해 만들어졌다. 수능 과목이 많을수록 학교는 수능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중시하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수능 과목에서 탈락하는 학문 분야들의 반발이 변수다. 예를 들어 경제 과목은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일반선택 과목이며 동시에 수능 과목이란 지위를 갖고 있다. 새 교육과정에선 진로선택 과목으로 옮겨졌다. 만약 경제계 요구로 경제만 수능 과목이 되면 다른 분야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새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내년 상반기 시안이 나오고 2024년 2월 확정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