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매서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무원들이 ‘추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겨울철 에너지 절약 5대 실천 강령’을 통해 1019개 중앙·지자체·공공기관에서 실내 난방 온도를 17도 이하로 제한했다. 이전에는 18도 이하로 설정해왔지만, 올해 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중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정부 의지를 보여주고자 1도를 더 낮췄다.
그나마 세종청사는 단열이 잘 되는 편이지만, 지은지 50년이 넘은 서울청사는 ‘냉골방’과 다름 없다. 기획재정부에서는 매주 일요일 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실내에서 파카를 두 개씩 껴입어도 추위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한전 적자 등 에너지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는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비롯한 각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공개 일정에서 터틀넥, 스웨터, 조끼 등을 입으며 에너지 절약 독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너지 절약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서 릴레이로 터틀넥·목도리·귀마개 등 방한용품 3종 세트를 선물하는 ‘온(溫) 맵시’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추 부총리는 추위 때문에 고생하는 기재부 직원들을 독려하고자 최근 전 직원에게 담요를 선물했다. 추 부총리는 담요 구입 비용 중 절반은 사비를 털어서 마련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에너지 감축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사무실에서 떨어야하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특히 오전에는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 춥다”며 “요새 서울청사 주변 카페들은 추위를 피해 찾은 공무원들로 인산인해”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실내에서 전기난로와 전기방석 등 개인용 전열 기기 사용도 제한하고 있어 옷을 껴입고 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