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없는 한국의 신산업

입력 2022-12-23 04:05

미국 경제 잡지 포천지가 선정한 ‘2022 포천 글로벌 500’(글로벌 500)에 포함된 중국 기업이 136개(27.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24개(24.8%)로 2위에 그친 미국을 2020년부터 3년 연속 추월했다. 일본 기업은 47개(9.4%), 독일은 28개(5.6%), 프랑스는 25개(5.0%), 영국은 18개(3.6%)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한국은 16개(3.2%)에 그친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한 곳 늘어난 걸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포천이 업종을 분류한 2015년 이후 줄곧 이름을 올린 전자·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등 8개 전통 주력 산업 외에 우주, 항공, 헬스케어 같은 신산업 기업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은 전통 주력산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향후 30년 성장을 이끌 신산업 기술이 미미한 수준에 그쳐 있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인공지능, 기후변화 등 미래산업에서 한국의 기술은 미국을 100%로 봤을 때 60~8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80~85%로 어느새 우리나라를 따돌리고 일본(80~90%)마저 바짝 추격 중이다. 미국에선 이미 상용화 단계인 양자 기술의 경우 우리는 62.5%로 90%인 중국에 훨씬 뒤처져 있다. 그동안 창조경제 뉴딜정책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성장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윤석열정부가 그제 발표한 3대 분야 15개 프로젝트로 짜인 ‘신성장 4.0’ 전략도 백화점식 나열에 ‘초일류국가 도약’ ‘초격차 확보’ 등 장밋빛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주요 추진 방향 정도만 제시했다는 당국자 설명은 정책 입안 수준을 의심케 한다. 다른 나라들이 잘하는 걸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규제 완화가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