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 2015년 6월 ‘문계학부 폐지’ 소동이 있었다. 문부과학성이 각 국립대 총장에게 보낸 한 통지문이 정부의 국립대 문계학부 폐지 계획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일본 각계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연구자인 요시미 순야(65) 도쿄대 교수는 당시 사건을 지켜보며 문과 학문의 가치와 효용을 본격적으로 논할 필요를 느끼고 ‘문계 학부 폐지의 충격’이란 책을 발표했다.
요시미는 이 책에서 ‘문계는 도움이 안 되니까 필요 없다’는 통념은 물론 ‘도움은 안 되지만 가치가 있다’는 옹호론까지 반대하며 “문계 지식은 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먼저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목적 수행형 유용성’과 ‘가치 창조형 유용성’으로 구분한다. 이과 학문은 목적과 가치가 이미 확립되어 있고 그 달성 수단을 생각하는 데 유효하다. 하지만 목적과 가치 축 그 자체가 변화할 때 순식간에 쓸모가 없어진다. 그는 “가치 척도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현대, 전제한 목표가 일순간에 뒤집히는 일은 드물지 않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가치 축을 창조하는 힘이며, 거기에는 기존 가치를 비판하는 힘이 필요한데 그것이 문과 학문의 유용성이라고 주장한다.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가치의 축 그 자체를 전환해버리는 힘, 또 그것을 대담하게 예견하는 힘이 약한 것이 일본 사회의 특징인데, 그것이 일본이 지금도 ‘뒤쫓기’를 할 수밖에 없는 주요인이다.”
그는 또 대학과 학문의 유용성을 논하면서 그 기준을 국가와 산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는 대학이라는 제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대학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적 가치’에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한국에서도 들어볼만한 목소리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