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중대재해법… “선례·법원 판단 쌓이면 나아질 것”

입력 2022-12-22 04:06 수정 2022-12-22 04:06

산업현장 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다음 달 시행 1년을 맞는다. 입법 취지를 살리기도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초반부터 위헌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법 조항이 모호해 처벌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반면 올 한 해 쌓인 기소 사례들로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 수는 6건이다.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31건 중 7건이 처리됐는데 6건이 기소, 1건이 불기소 종결이었다.

그중 ‘1호 기소’ 사례였던 두성산업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두성산업은 지난 2월 유해 화학물질이 든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환기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리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성산업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1항1호와 제6조2항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한다. 제4조1항1호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6조2항은 이를 위반했을 때의 처벌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라는 내용 등이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피고인 측 논리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된 처벌 조항 역시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우려는 이 법의 제정 때부터 있어 왔고, 여러 로펌에서 관련 해설서를 펴내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업주 입장에선 정확히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헌법소원 등을 통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시행 첫해 6번의 기소 사례가 축적되면서 혼란 상황은 탈피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선박 수리작업 중 추락해 숨진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지난달 원청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어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어겼는지 세세히 명시한 바 있다.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가 없었으며 하도급업자 안전보건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지적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를 따지는 사법처리 기준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종사자 의견 청취와 개선책 마련 부분의 경우 ‘메신저나 아침회의에서 언제든지 의견을 듣는다’는 형식적 항변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 시행이 1년밖에 되지 않아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선례와 법원 판단이 좀 더 쌓이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