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4.0’ 내세운 정부, 해법은 모호… 내년도 암울

입력 2022-12-22 04:09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신성장 4.0’이라는 슬로건 아래 수출진흥 및 부동산 부양책을 내세워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정부와 차별성이 크지 않은 백화점 나열식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내년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지난 6월 발표(2.5%)보다 0.9% 포인트나 대폭 낮춘 1.6%로 전망했다. 정책효과에 따른 기대치를 포함했던 기존 관행과 달리 이례적으로 한국은행(1.7%)과 한국개발연구원(1.8%)보다 비관적인 수치를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인 전망치를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어 “내년은 해외발 복합 위기가 경제 전반에 걸쳐 본격화하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부동산 규제를 풀어 가계와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수출 진흥을 위해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투입하고 기업들의 내년 투자 증가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0% 상향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성장 4.0’으로 이름 지은 성장전략을 통해 유인 우주탐사 독자 기술 개발과 반도체 등 전략산업 초격차 확보 등 15대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0년 이후 2.0%에 머무르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재정을 통한 성장을 지향하면서 ‘나라곳간’이 비어 있는 상황인 만큼 민간성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그러나 다주택자 부동산 규제완화와 기업 세금 감면 등 ‘부자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경기침체기에 고통받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생활고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4년간 30조원 규모의 한전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인상 요인이 발생한 공공요금은 이밖에도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시내버스, 전철 등 다양하다. 모두 국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지원확대 등 민생대책을 내놨지만 경제 혹한에 가장 고통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정책 지원을 서민에게 더욱 집중하고 지원 체계 간 칸막이를 없애 중층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