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은 올해 후원이 감소해 노숙인들에게 주는 성탄 선물을 줄이기로 했다. 재단은 매년 성탄절이 되면 노숙인들에게 점퍼와 장갑, 양말 등이 담긴 방한 키트를 배부했다. 하지만 오는 24일 열리는 올 성탄 예배를 앞둔 상황은 좋지 않다. 후원금 가뭄으로 선물을 줄여야 한다. 3000개까지 준비했던 선물은 올해 2000개도 마련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21일 “기존 후원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올해는 후원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연말이 되면 코로나19 유행으로 뚝 끊겼던 후원 손길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던 자선단체들이 경기 한파 유탄에 올겨울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민 난방 연료인 연탄을 지원하는 연탄은행은 연내에 연탄 300만장을 후원받아 에너지 취약 계층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은 현재도 목표치의 3분의 2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부족분을 충당할 재원이 마땅히 없다 보니 외부의 후원 감소는 고스란히 각 가정에 전달되는 연탄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체들은 가파른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가 후원마저 얼어붙게 했다고 본다.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후원했던 기업들에) ‘올해도 부탁드린다’고 연락을 했더니 ‘올해는 우리가 망하게 생겼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도 “개인 후원자는 ‘미안하다’며 후원 규모를 줄이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경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폭 줄어든 현장 봉사도 후원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허 대표는 “그동안 많은 후원자가 직접 봉사를 하고 난 뒤 보람을 느끼고 후원을 결정했다”며 “봉사와 후원은 함께 가는 관계라 대면 봉사가 줄면 후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 9~11월 2305명에 이르렀던 연탄은행 봉사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98명, 올해는 992명으로 급속히 줄었다. 밥퍼 측도 과거 주말이면 적정 인원의 두 배가 넘는 60~80명이 돕겠다고 찾아와 ‘봉사자 관리’에 애를 먹는 일이 잦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매 주말 40명을 넘긴 날이 없다고 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경기 여파로 자선단체들이 휘청이는 건 자생적인 모금 문화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관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후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