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주겠다” vs “무조건 백지화”… 마포소각장 법정 가나

입력 2022-12-22 04:08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서울시의 상암동 신규 자원회수시설 설립 결정을 백지화하라는 피켓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지난 8월 31일 현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부지를 신규 자원회수시설 설립 후보지로 선정했다. 2026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경우 쓰레기매립지 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직매립이 금지되면 소각재와 재활용 잔재물 등만 매립이 가능해진다.

현재 서울시 강남·노원·마포·양천구 4곳의 자원회수시설에서 감당할 수 있는 종량제 생활폐기물 양은 2200t에 불과하다. 서울시 전체 종량제 생활폐기물 양이 3200t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마포구와 구민들은 난지도 매립지와 마포자원회수시설에 이어 광역자원회수시설이 추가로 들어오는 상황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결정 백지화’만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21일 새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개했다. 자원회수시설을 증설해도 대기오염물질과 악취 등 영향은 거의 없고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2), 다이옥신 등 환경 기준도 만족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 토양, 수질, 소음·진동 등도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전략영향환경평가 절차가 끝나면, 시는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결정 고시를 할 수 있게 된다.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절차가 본격화한 셈이다.

거세게 반발하는 마포구와 주민들

마포구는 서울시가 기존 자원회수시설(750t 규모)을 그대로 두고, 더 큰 시설을 짓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신축 자원회수시설 완공 후 기존 시설을 2035년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구는 이미 1978년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시작으로 수십년 동안 서울시 쓰레기를 처리해왔다. 마포구와 마포구민 입장에선 다시 시 생활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9년 동안 감당하라고 하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마포구에는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 발전소)나 상암수소충전소 등 주민 기피시설도 여럿 있다. 이런 점도 입지선정위에서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마포구 주장이다.

입지선정위는 ‘기피시설의 지역분배 공정성’을 평가기준에 반영하면서 기피시설 범주를 광역처리소각·음식물처리·하수처리시설로만 한정했다. 발전소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상암동 부지는 환경기초시설 중복 여부에서 2.7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포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대규모 택지지구를 개발하면서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가 주먹구구식 행정을 해놓고 마포구에 쓰레기를 다시 다 떠안으라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후보지 인근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원유만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백투본) 홍보본부장은 “지금 있는 시설을 우리가 나가라고 한 적이 있느냐”며 “한 지역에 2개를 짓는다는 것은 너무하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주민 설득 총력전

서울시도 마포구에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짓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9년 이후 4년이나 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절차를 진행했는데,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주민 설득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랜드마크로 만들 뿐 아니라 주민들과 논의만 시작된다면 추가 지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편익시설을 위한 10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주민 복리증진 등을 위해 조성되는 연 100억원 기금도 자원회수시설 인근 상암동 주민에게 일부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현재 강남·노원·양천구 자원회수시설 영향권역 주민들은 지난해 기준 각각 107억원, 79억원, 57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난방비, 아파트관리비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상암동 주민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향권역인 300m 이내 거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마포 자원회수시설 관련 기금 20억원은 대부분 주민편익시설 운영 등 간접 지원에 사용된다. 시 관계자는 “기금 일부는 상암동 인근 주민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포구와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고시…법적 다툼 가나

서울시는 28일 전략영향환경평가 주민설명회를 연다. 시는 평가가 마무리되면 내년 3~4월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결정을 고시할 예정이다. 착공은 2024년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마포구민들은 결정 고시가 이뤄지면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변행철 백투본 위원장은 “주민설명회 결정 과정에서 소통은 없었다”며 “이런 식의 절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법부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백투본은 법무법인을 선임한 상태다. 결정 고시 직후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동시에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대응 과정에서는 입지선정위 구성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10일 시행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법 시행령’은 입지선정위 인원을 최소 11명으로 규정했다. 반면 현 입지선정위의 인원은 10명이다. 시는 입지선정위가 같은 달 4일 구성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지만, 마포구 등은 현 입지선정위는 12월 15일 구성돼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 대응이 진행되더라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만 인용되지 않는다면 행정절차는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도 “2024년까지 건립을 시작하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