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국제행사 심사 대상 기준을 국비 10억원 이상 소요 사업에서 20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최하는 소규모 국제행사의 심사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심사가 사라진 틈을 노려 부실 행사가 늘어나면 국가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행사의 사업비 규모를 상향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기재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는 10억원 이상의 국비가 지원되는 행사를 심사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 도입으로 20억원 이상의 국비가 투입되는 국제행사만 심사를 받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와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실 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국제행사 심사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에 심사를 신청한 249개의 국제행사 가운데 국비 10억~20억원 규모의 사업은 66개(26.5%)로, 국비 40억~50억원 사업(23개)의 3배에 달했다.
기재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행사 검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행사 심사 신청 건수는 2017년 8건, 2018년 8건, 2019년 9건, 2020년 11건, 지난해 8건 등 매년 10건 내외에 그치는 수준이다.
행사 승인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기재부는 자격심사를 맡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5건의 국제행사를 검증했다. 이 가운데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는 11건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초 지원에서 탈락하더라도 재신청을 통해 국제행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자격심사의 기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심사 제도에 구멍이 뚫린 사이 빚더미 국제행사가 속출하고 있다. 2010년 전라남도의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는 1001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됐지만 4년 만에 1910억원의 적자를 남겼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국가 예산 5039억원이 들어갔지만 1조3336억원의 빚이 남았다.
기재부는 행사 심사 과정에서 국비를 0~30%까지 4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원하는 ‘정책성 등급조사’를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윤석열정부의 ‘튼튼한 재정’ 원칙에 따라 정부가 국비 투입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국제행사를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