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녹인 큐지컬… 신앙고백을 나누다

입력 2022-12-22 03:04
우리들교회와 극단 대장부가 21일 경기도 성남 우리들교회 판교채플에서 큐지컬 ‘증인’을 공연했다. 공연에서 연기자로 무대에 오른 성도들이 합창하는 모습. 우리들교회 제공

말씀은 대본이 됐고, 등장인물 대사엔 연기자의 삶 속 고백이 담겼다.

21일 경기도 성남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판교 채플에서 공연된 큐지컬 ‘증인’은 기독교인을 박해하고 스데반을 돌로 친 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던 길에서 빛 가운데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를 담았다. 회심 후 복음을 전한 바울이 이날 공연의 주인공이지만 실라 바나바 등 주변 사람들의 고백도 놓치지 않는다. 공연은 이날에 이어 24일에도 오전 10시, 오후 2시에 열린다

큐지컬은 큐티(QT·Quiet Time)와 뮤지컬(Musical)의 합성어로 우리들교회에만 있는 공연 방식이다. 성경 속 인물과 사건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야기로 재해석해 음악과 함께 공연 형태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김양재 목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1년간 설교한 말씀들을 총망라해 공연으로 성도들에게 전한다. 올해는 사도행전”이라며 “‘내 고난이 (나의) 죄보다 약하다’는 바울의 신앙고백을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성도들은 공연을 보는 중에 한다”고 전했다.

우리들교회는 2018년 1월 ‘기업무르기’라는 제목의 첫 큐지컬을 무대에 올린 뒤 공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극단 대장부를 창단했다. 2019년 1월 ‘압살롬의 기념비’, 2020년 1월 ‘갈멜’ 등 매년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다가 코로나로 잠시 중단됐다. 이날 공개된 네 번째 큐지컬 ‘증인’은 3년여 만에 재개된 공연이다. 극단은 대본부터 음악 의상 무대장치 소품까지 모든 걸 만들었다. 의상은 시대적 배경을 반영했지만 대사는 현 상황에 맞게 표현했다. 가령 바울이 ‘2차 전도’를 뜻하는 “2차 가자”라는 말을 하면 바나바는 모임 장소를 바꾸는 ‘회식 2차’로 이해하는 식이다.

대장부의 단장인 김오석 목사는 “매년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목사님의 말씀QT와 말씀이 공연의 기본이자 대본이 된다. 배우들의 삶을 대사에 녹여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본 성도들의 반응은 뜨겁다. 모녀지간인 황연자(50) 집사와 청년부 정희진(25)씨는 2018년부터 큐지컬 공연을 빠지지 않고 봤다.

황 집사는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들어도 금세 잊기 쉬운데 공연을 통해 각인된다. 큐지컬로 본 공연 에피소드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씨도 “(오늘 공연은)바울이 주인공이지만 성경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실라 바나바 등의 삶까지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극단은 지역교회의 요청이 있다면 공연 무대를 함께 할 계획도 세웠다.

성남=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