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나노급 D램 업계 첫 개발… 초격차 박차

입력 2022-12-22 04:05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최초로 12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산업이 ‘빙하기’를 맞고 있지만, ‘기술 초격차’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인 12나노급 공정으로 16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AMD와 함께 호환성 검증까지 마쳤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이다. 상용화한 DDR4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전력 효율도 30% 이상 좋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를 적용해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Capacitor)의 용량을 높이고, 회로 특성 개선을 위한 설계 등으로 업계 최선단 공정을 완성했다. 멀티레이어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집적도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DDR5 규격의 이번 제품은 최대 동작속도 7.2Gbps(초당 기가비트)를 지원한다. 1초에 30GB 용량의 UHD 화질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제품보다 소비 전력이 약 23% 개선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에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업계 최선단인 14나노 DDR5 D램을 양산한 데 이어 12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경쟁자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DDR5 시장의 주력 모델 성능이 4800Mbps에서 5600Mbps로 옮겨가고 있다.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에 따라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크게 웃도는 이번 제품의 차별화된 성능으로 차세대 DDR5 시장을 본격 견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들과 협력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 매크리 AM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위해서는 파트너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AMD의 젠(Zen) 플랫폼에서 DDR5를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데 삼성과 협력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부사장)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은 DDR5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