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다누리는 이제 시작일 뿐… 달 찍고 화성 간다

입력 2022-12-24 04:07
달 궤도를 돌고 있는 다누리가 지난 8월 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우주 진출을 향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우주 대항해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아폴로 계획’ 이후 반세기 만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사람을 달로 보내고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거대한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우주선 오리온은 지난 12일 달 궤도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평가다.

주변국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1일 일본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도-R 미션1’을 발사했다. 내년 4월쯤 달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중국은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중국은 최근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수행할 유인 우주선 ‘선저우 15호’ 발사에 성공했다. 달 탐사에서도 진도가 빠르다. 2030년 이전에 달에 유인 착륙선을 보내는 걸 목표로 세웠다.

한국은 ‘빠른 추격자’다. 올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독자 우주 개발의 역량을 갖췄다. 마음만 먹으면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우주 궤도로 갈 수 있는 국가가 됐다. 달 궤도선 ‘다누리’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누리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지점’까지 날아갔다가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다. 달의 중력에 ‘포획’되는 가장 어려운 1차 진입 기동 미션도 넘기고 내년 1월부터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2019년 이미 달 뒷면에 착륙선을 보냈고, 일본도 이번에 달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궤도선과 달리 착륙선은 달에 연착륙하는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열린 제22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추격 전략’을 살펴봤다.

2045년 화성 착륙

한국은 10년 뒤인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는 다누리가 착륙 후보지 물색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달에 가려면 누리호로는 부족하다. 더 무거운 걸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가 필수적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민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차세대 발사체 목표 성능은 누리호를 압도한다. 누리호는 고도 200㎞ 저궤도에 3.3t을 올릴 수 있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10t으로 3배에 달한다. 고도 500㎞에는 누리호의 경우 2.2t, 차세대 발사체는 7t을 보낼 수 있다. 훨씬 강력한 엔진으로 누리호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달 궤도로 1.8t, 화성 궤도로는 1t을 보낼 수 있다.

차세대 발사체는 개발 기간 동안 모두 3차례 발사될 예정이다. 2030년 달 궤도 투입성능 검증 위성을 발사해 성능을 확인하고, 2031년에는 달 착륙선 예비모델을 발사한다. 2032년에는 달 착륙선 최종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누리호, 소형 발사체까지 발사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기업들의 우주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2년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표면을 탐사한 뒤 2040년에는 달 기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누리처럼 달 상공 100㎞에 진입한 뒤 달에 연착륙을 시도한다.

화성의 경우 2035년 궤도를 탐사하고 2045년 착륙선을 보낸다. 무인탐사 역량은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유인탐사 능력은 미국 등 국제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다양한 발사체와 발사장, 발사체 제조 기반을 갖춰 한국을 우주수송 허브로 도약시킨다. 2030년대 무인수송 능력을 갖추고 2045년까지 유인수송 능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남·경남·대전 우주 개발의 ‘3축’

우주 분야를 안보 개념에 포함시킨 점도 이번 기본계획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우주군’을 설립하는 등 우주를 안보의 핵심축으로 다루고 있다. 정부는 영상레이더 위성과 광학 위성을 다수 확보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의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감시자산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군 우주협력 체계가 확립된다. 각종 우주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우주 물체의 충돌·추락 대응을 위한 감시, 관측, 교통관리 기반도 마련한다.

지속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한 특화지구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발사체 특화지구’ ‘위성 특화지구’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를 선정하고, 이 세 지구를 하나의 벨트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발사체 특화지구는 전남이 선정됐다. 전남은 이미 국내 유일의 나로우주센터가 구축돼 있다. 민간 발사장 확충이 용이해 발사체 산업 육성을 위한 최적지란 평가를 받았다. 위성특화지구는 경남이다. 위성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경남에는 우주환경시험시설을 확충하고 산업단지 조성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는 대전이다. 대전은 과학·연구도시로, 우주 분야 핵심 연구기관 교육기관 기업이 밀집해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우주 산업을 국가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 우주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파생 기술도 기대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국내에 자생적인 산업생태계를, 2045년에는 우주 산업을 10대 주력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