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한은행장으로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 개국 공신인 한용구 영업 담당 부행장이 낙점됐다.
신한금융지주는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신한은행을 비롯한 자회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한 부행장은 1966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1991년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 입행했다. 2008년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 소속 조사역(부부장)으로 일본에 파견돼 도쿄에서 SBJ은행 설립 업무를 맡은 원년 멤버다. 당시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이었던 진옥동 차기 회장 내정자와 손발을 맞췄다. 2012년 귀국한 뒤 2019년부터는 신한금융에서 원(One) 신한 전략을 담당했다. 지난해 1월 진 내정자가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직접 발탁했다.
한 부행장은 신한은행 안팎에서 영업통으로 꼽힌다. 과거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할 당시 뚝심을 발휘해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전언이다. 부행장 승진 이후에는 현장 혁신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전국 영업점 수백곳을 일일이 방문하기도 했다.
인사 대상 자회사의 절반인 5곳의 CEO가 교체됐다. 내년 3월 진옥동 회장 취임을 앞두고 세대교체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 CEO로는 내부 출신인 문동권 부사장이, 신한라이프는 신한은행 출신으로 오렌지라이프 전무를 지낸 이영종 부사장이 각각 뽑혔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각자대표가 홀로 살아남았고, 신한자산신탁은 신한은행 출신 이승수 부사장이 맡게 됐다.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신한저축은행 신한AI 신한벤처투자 5곳 CEO는 유임됐다.
그룹 안팎의 예측과 달리 신한금융 부회장직은 신설하지 않기로 하면서 회장 자리를 두고 진 내정자와 자웅을 겨뤘던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유임에 실패했다.
애초 금융권에서는 진 내정자가 자회사 CEO 대부분을 교체해 임기를 시작하기 전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고금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며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주력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중규모 인사만 단행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미 예상을 뒤엎은 진 내정자의 회장 승진으로 조직에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라면서 “일본 파견 흔적이 상대적으로 옅은 한 부행장을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낙점한 것을 보면 진 내정자 측근 그룹인 ‘오사카 사단’이 부각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