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에 사는 이모(48)씨는 집 안 욕실을 볼 때마다 자녀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30년 넘은 빌라의 1.5평 남짓한 욕실은 낡은 수전과 녹슨 배관에서 물이 새는 일이 빈번했다. 늘 습기가 가득 차 있다 보니 곰팡이나 물때도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욕실 보수가 시급했지만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씨에게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리비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씨 가족의 일상을 바꾼 건 한국수자원공사의 ‘행복가득 수(水)’ 프로젝트였다. 2014년부터 이어진 ‘행복가득 수’ 프로젝트는 저소득 가구의 주방·욕실 등 ‘물 사용 환경’ 전반을 개보수해주는 수자원공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타일 교체 같은 단순 리모델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상자의 주거 환경에 맞춰 전면 수리는 물론 상하수도 배관 공사까지 지원해 왔다.
그동안 ‘행복가득 수’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가구는 전국적으로 640곳에 달한다. 올해는 지방자치단체 추천과 함께 국민 사연을 모집해 총 85가구를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씨 역시 그중 하나다. 이씨 가족은 노출된 배관을 벽 안으로 재배열하는 공사를 거쳐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탈바꿈한 새 욕실을 선물 받았다. 이씨의 아내는 20일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욱 불편함이 컸는데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김모(67)씨처럼 집 안에 샤워시설이 없어 욕실을 완전히 새로 만든 사례도 있다. 오래된 흙집에서 사는 김씨 가족은 여름에 야외 수돗가에서 목욕을 하고 겨울에는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목욕탕을 이용해야 했다. ‘누가 볼까 신경 쓰지 않고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이 소원이었던 김씨는 ‘행복가득 수’ 프로젝트를 통해 이달 초 양변기와 샤워시설이 모두 갖춰진 옥외 욕실을 갖게 됐다. 수자원공사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한국주거복지 사회협동조합 관계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고 전했다.
수자원공사는 ‘행복가득 수’ 지원 규모를 기존 5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더 많은 물 사용 환경 열악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공 과정은 생계급여 수급자들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인 ‘자활 기업’들이 담당해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올해에는 프로젝트와 연계해 거제·통영 등 제한 급수가 빈번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취약계층 저수조 청소·교체도 함께 진행했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실시간 수돗물 사용량 검침 기술을 활용해 혼자 사는 노인가구의 옥내 누수 수리와 배관 교체도 지원했다.
수자원공사의 배수정 경영혁신실 부장은 “주거 취약계층의 물 환경 개선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행복을 가득 수놓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