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어린이집 36년 “교사 행복해야 아가도 행복”

입력 2022-12-21 04:04
임진숙 미평어린이집 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파크볼룸에서 열린 2022 보육유공자 정부포상식에서 훈장증과 꽃다발을 들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아이들이 아침에 왔을 때도 따뜻해야 하니까, 새벽에 일어나 연탄 갈아가며 일했죠. 그땐 보일러도 아니고 마룻바닥이었거든요. 가마솥에 불을 때 밥을 지어 주기도 했고요.” 충북 청주 미평어린이집 임진숙(55) 원장은 스무 살 무렵, 당시만 해도 ‘유아원’으로 불리던 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올해가 보육현장에서 일한 지 36년째다.

국민일보는 20일 보육유공자 정부 포상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임 원장을 만났다. 그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보육기반이 부족한 농촌에서 평생 보육의 질을 개선하려 애쓴 공로를 인정 받았다. 그는 원로 보육교사로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아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다.

임 원장이 운영해온 미평어린이집은 지금까지 논밭 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멀리서도 찾아오는 부모가 많다. 지금은 대학생이된 첫째부터 막내까지 아이 다섯 명 모두를 보낸 부모도 있고, 이곳을 다닌 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자녀를 보낸 경우도 있다. 일하던 보육교사가 결혼하며 그만둔 뒤 자녀를 보내기도 했다.

첫손에 꼽는 교육관을 임 원장에게 묻자 “놀자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는 “영유아기에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 성향이 바뀐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느꼈다. 아이들을 최대한 배려하며 마음껏 놀 수 있게끔 하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보육교사 처우가 좋아야 좋은 보육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임 원장의 소신이다. “아이들은 보육환경, (교사들의) 배려로 인성이 형성될 시기”라며 “이 시기 아기에게 영향을 주는 교사가 행복해야 아가도 행복해진다”고 했다. 이어 “아이에게 교사가 미친 영향이 자칫 평생을 갈 수 있다. 무섭고 어려운 직업이란 걸 갈수록 느낀다”고 말했다.

김인숙(64) 세종 죽림어린이집 원장은 이날 국민포장을 받았다. 그는 세종시가 충남 연기군이던 1981년부터 한 곳에서 40년 8개월째 일해 왔다. 올해가 현장에서 일하는 마지막 해라 이번 상의 의미가 더 크다. 그는 “아이를 돌보는 과정 하나하나에 충실히 해온 걸 알아봐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포상식장 단상에서 그간 도움 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김남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낭독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응원하고 도와주셨기에 40년 넘는 세월을 일해올 수 있었다”며 “항상 아이를 중심에, 최우선으로 놓고 보육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보육 현장에) 남은 분들이 그래 줬으면 한다”고 했다.

두 원장 외에도 보육교사 26명, 공무원 6명 등 모두 45명이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시상에 나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육인으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걸으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힘써오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