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도 내년 경기 불황 예고… 이창용 “경기 침체 경계선에 놓여”

입력 2022-12-21 04:0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내년 경기(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하고 있고,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 하는 경계선(borderline)에 있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착화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수출과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기 불황의 암운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경제는 올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여파로 수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최근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감염자 급증 영향으로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그동안 경제성장을 떠받쳤던 국내 민간소비는 물가 고공행진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내년에는 고용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내수 침체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5%로 낮추는 등 경기 침체 경고음은 한층 커진 상태다. 정부도 이달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1%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굉장히 중요한 지표(indicator)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학계 논쟁이 많은 것으로 본다”며 “경기 침체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그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위험도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 위험이자 구조적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지금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단기간 내 급격히 디레버리징을 하려면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