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의 성장, 스마트폰 수요 회복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 흐름을 탄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적 개선흐름을 타고 SK하이닉스 주가도 반등한다는 전망도 덧붙는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적기가 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친 낙관론’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일 자사 뉴스룸에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섹터 선임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올렸다. 김 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침체 및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공급 조절효과가 나타나면서 점차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50% 이상 투자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혔었다. 저수익 제품 중심의 감산계획도 내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는 내년에도 일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년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실적 부진을 만회할 승부처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을 지목했다.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의 DDR5 교체 수요가 내년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 위원은 “예를 들어 메타는 공격적인 메타버스 산업 투자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고 데이터 트래픽 역시 성장세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서버 보유 규모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가 모바일용 D램 수요를 넘어선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메모리 수요도 차츰 회복기에 들어간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김 위원은 “내년 중국의 락다운(봉쇄) 상황이 나이질 것으로 보이며, 스마트폰 메모리 수요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며 “머지않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봄날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주식에 투자할 적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위기론이 짙어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낙관론’을 내놨다는 반응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중이다. 신영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렸다. 다올투자증권은 “내년에도 연간 매출액 31조3000억원, 영업손실 3조8000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떨어뜨렸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