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정부에서 우후죽순으로 추진됐던 풍력발전사업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는 한편, 해양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다만 자칫 ‘걸음마’ 단계에 있는 풍력발전사업 전반에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바다 곳곳에 꽂혀 있는 풍황 계측기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풍황계측기는 해당 지역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지 풍량과 풍속, 풍향 등을 측정하는 장치다. 문재인정부에서 남발된 해상풍력 사업 인허가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보겠다는 의미다.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을 이어가겠지만, 기존 보급 중심의 정책은 탈피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합리적·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있었던 해상풍력 사업 비리 의혹에 대해 엄정 대처했던 게 첫 번째다. 산업부는 지난 12일 ‘7200배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인가 건을 철회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북대 교수 A씨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를 만들어 새만금 풍력발전 우선 사업권을 따낸 뒤 중국계 기업에 주식 지분을 넘겨 무려 7200배의 수익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상풍력발전 난립을 막기 위해 해양 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해상풍력은 어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어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수협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전기 12GW(기가와트) 생산이 가능한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어민들은 2800㎢ 해역을 잃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가 해상풍력발전 분야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새만금 해상풍력 같은 경우 당장 사업 정상화 시기가 불투명하다. 한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며, 내년 말까지 새로운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착공해야 하는 등 작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지난해 87 대 13에서 2030년 60 대 40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풍력발전 신규 보급량은 총 52MW(메가와트)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풍력발전 보급량(65MW)의 80% 수준이며, 올해 목표량(1900MW)의 2.7%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일단 풍력발전 인·허가를 단축하는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는 한편, 대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계획입지 개발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각 부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