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TV 프로그램에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셀럽들이 2세들과 함께 출연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누가 누구의 자제라는 사실이 ‘카더라 통신’을 통해 퍼지던 것과 달리 너무나 자연스럽고 공공연하게 부모가 자식을 방송에 데뷔시킨다. ‘피는 못 속인다’는 제목의 프로그램까지 나올 정도다. 엔터테인먼트 본고장 미국은 어떨까. #nepobaby(네포 베이비)가 달린 동영상이 소셜미디어 틱톡 조회수 1억개를 넘는 등 올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걸 보면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듯하다. nepo는 친족 또는 가족 채용을 뜻하는 라틴어 nepotism에서 온 말로, nepo baby는 태어날 때 금수저를 물고 나온 연예인 2세쯤으로 풀이된다.
미국판 부모 찬스 논란은 HBO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에 출연하는 모드 아패토우가 할리우드 배우 레슬리 만과 감독 주드 아패토우의 자제란 사실이 한 20대 시청자가 올린 트위터에 공개되면서 번져 나갔다. 영화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연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로즈는 패션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명 모델이 된 것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임을 강조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도 했다. 톱 모델 비토리아 세레티가 SNS에 “넌 시작하자마자 아무 노력 없이 쉽게 유명해졌지 않느냐.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공격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들 브루클린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요리 사진 몇 장 때문에 일약 셰프 자격으로 ‘투데이쇼’에 출연하자 일반인들의 비아냥은 하늘을 찔렀다.
할리우드 역사 150여년간 기성세대가 당연시해 온 연예계 대물림이 새삼스레 논란이 되는 것은 MZ세대가 공정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민초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셀럽들의 정실주의가 당연시될 경우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nepobaby 챌린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5년 전 전 세계에 번진 #metoo(성폭력 고발) 현상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