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계속되면서 고시원처럼 화재 위험에 취약한 밀집 거주시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시원은 단열이 부실한 데다 거주자들이 개별 방 보일러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 보니 대부분 전기장판, 온풍기 등 개인 전열 기구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화재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높은 셈이다.
지난 16일에도 서울 송파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54명이 인근 고시원으로 급히 거처를 옮겨야 했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고, 신고 접수 3분 만에 소방차가 투입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시원 거주자들이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소방 당국은 고시원 내부의 전기 히터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22일에도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었다. 다만 초기에 진화돼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고시원 측은 겨울철 난방비 우려와 화재 위험을 동시에 걱정하는 모습이다. 화재가 발생했던 송파구 고시원의 인근 다른 고시원 관리자 A씨는 “공동난방을 하긴 하지만 개인 전열 기구를 쓰겠다는 (입실자들의) 요구가 많다”며 “개인 전열 기구는 화재 위험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쓰지 말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시원 입장에서는 화재 위험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개인 전열 기구 사용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작구 한 고시원 원장 B씨는 “바깥으로 창이 난 구조의 방은 더 춥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고르게 난방을 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제대로 난방을 하려면 운영비가 2배 가까이 들기 때문에 보일러를 계속 틀어두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각방 1인씩 거주하는 고시원 특성상 방 안에 전열 기구를 켜 놓은 채 외출해도 전원을 꺼줄 사람이 없는 ‘관리 사각’ 문제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C씨는 “전에 살던 사람 중에 빨갛게 돌아가는 히터를 켜놓고 그대로 외출한 사람이 있었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서 바로 방을 빼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미니룸’인 경우 불이 나면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은) 칸칸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방에서 불이 난다고 하더라도 화재를 빨리 인지하지 못해 대피하는 시간이 지연되고 위험이 닥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규모 건물이라 복도나 계단실이 별도로 구획돼 있지 않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안전하게 방어가 되지 않아서 취약한 시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숙식을 하는 고시원에서는 화재 예방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소화시설과 경보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항상 점검하고 개인 전열 기구의 경우 규정 전력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김용현 이의재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