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미국 의회에 전달하기 위해 내년 2월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이번 방미는 IRA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윤석열정부의 무능을 드러냄과 동시에 제1야당 수장으로서 대안적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압박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사법 리스크’를 경제 외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측이 윤석열정부를 의식해 이 대표의 방미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 방미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내년 2월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 의회 내 주요 인사들과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대표 측은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의원 등 IRA 개정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의원들과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미국 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IRA와 관련해 차별성 해소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방침이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미국은 정치 로비스트의 활동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만큼 이 대표가 미국 정가에 영향력이 큰 로비스트들과도 공개적으로 만나 IRA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 10월 IRA 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나 한국계 하원 의원들과도 면담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국계 미국 하원의원 4명(앤디 김·영 김·미셸 스틸·메릴린 스트릭랜드)에게 IRA 법안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방미가 성사될 경우 당대표 취임 이후 첫 해외 일정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 대표 방미기간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물밑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빈손 외교’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IRA 개정 관련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첫 해외 일정에서 국가 경제를 살뜰히 챙기고 돌아오면 윤 대통령과 상당히 대비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방미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이 야당 당수인 이 대표와의 면담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방미가 이뤄진다고 해도 미국이 이 대표에게 IRA 개정과 관련한 ‘선물’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안규영 최승욱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