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상승 이끈 주범은 식품업계?

입력 2022-12-19 04:05

올해 고물가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가공식품 등 식품 물가 상승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던 시기에도 밀가루·설탕·식용유 등 주요 품목 가격을 반복적으로 올렸다.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 후발업체들이 도미노 인상하는 식품업계의 오래된 담합 관행도 여전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인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오른 품목은 31개(42.5%)였다. 가격이 1년 전보다 10% 넘게 뛴 품목은 1월 13개에서 4월 20개, 7월 25개, 10월 28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최근 소비자물가가 둔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오르며 전월(5.7%)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하지만 가공식품 물가와 외식은 각각 9.4%, 8.6% 올랐다. 가격이 오른 품목을 살펴보면 식용유가 전년보다 43.3%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밀가루(36.1%), 치즈(35.9%), 시리얼(29.1%) 등 10여개 항목이 물가상승률 20%를 웃돌았다.

이는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 후발주자들도 유통 공급가를 올리는 식품업계의 특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이러한 관행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말 밀가루 가격을 인상했는데, 경쟁사인 대한제분은 밀가루 제품가격을 5월 초에 올렸다. CJ제일제당 스팸도 지난 3월 가격 인상 이후 동원디어푸드가 경쟁 제품 ‘리챔’ 가격을 11월 올렸다.

CJ 햇반도 3월 가격이 인상된 후 오뚜기 즉석밥도 가격이 올랐다. 고추장 가격도 CJ는 올해 3월과 9월 2차례 올렸는데, 대상과 샘표는 CJ가 올린 직후인 6월·10월에 올렸다. 해당 CJ 상품들은 시장점유율 40~60%를 차지하는 업계 1위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식품업계에 올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8차례나 요청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격 인상 기조에 힘입어 CJ 제일제당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CJ의 올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3% 증가한 30조3190억원을, 영업이익은 20.7% 증가한 1조8258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격 민감도가 큰 식품인만큼 관련 업계가 고통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