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은 통상적으로 자진 사퇴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지난 1월 유죄를 선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등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낙하산’ 인사들은 임기를 지키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중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다. 김 사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시작된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마찬가지로 2024년까지 임기가 남은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도 20대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원장도 18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었다.
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쳤던 인사들도 여전히 기관장으로 남아있다. 노항래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사장은 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전 정부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일자리 수석으로 근무했던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문재인 정부 초대 관세청장을 지낸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등이다. 이들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현행법상 이들의 임기 보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이같은 전 정부 임명 기관장의 ‘버티기’는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는 임명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경우 공공기관장의 임기 또한 자동으로 종료되는 내용이 담겼다. 단, 앞으로 임명되는 기관장들만 적용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은 인사혁신처가 대통령 선거 다음 날 국가 주요직위 직무, 자격조건, 임명방식·절차 등을 담은 한국판 ‘플럼북’인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을 작성해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 통과 시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