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 기미를 보이던 한·일 관계에 초대형 악재가 등장했다.
일본은 지난 16일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하면서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다.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의 길을 뚫은 것이다. 일본은 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한·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핵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3각 공조를 공고히 하겠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윤석열정부 앞에 지뢰가 등장한 셈이다. 윤석열정부의 대일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과 관련해 “일본 전력을,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지역으로 투사하는 데 반드시 우리 정부 승인이 필요하며, 승인 없이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 행사는 자위권 행사로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본은 아울러 개정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독도에 대해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라며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고 기술했다. 독도를 또다시 분쟁지역화했을 뿐 아니라 2013년 국가안보전략을 처음 마련했을 때보다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까지 거침없이 건드리면서 국내 반일 감정이 커져 현재 진행 중인 강제징용 관련 협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한·미·일 공조를 늘려가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 전 본부장은 “이 방향으로 안보 협력을 가져가면서도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우익적 리더십에 대해선 짚어낼 건 짚어내고 경계할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반격 능력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일본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고, 대북 대응도 미국이 주체로서 핵심 역할을 한다”며 “미국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일본 본토를 타격할 경우, 일본 영해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등 상황별로 어떻게 반격 능력을 행사할지 미국을 통해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격 여부를 자체 판단하겠다’는 일본 입장에 대해 “북한이 일본에도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어 자국 방위를 위한 고민이 깊지 않나 싶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신용일 문동성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