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260억+α’ 꼬리 밟히나… 구속된 금고지기 본격 추궁

입력 2022-12-19 04:04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모습.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지시를 받아 그의 대장동 배당이익 260억원가량을 숨겨준 이한성씨와 최우향씨가 구속 뒤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김씨가 수사 중에도 배당금을 어디론가 보낸 사실, 측근이 대표인 회사에서 여러 경로로 장단기 자금 대여를 계속한 사실, 구속 이후에도 의연한 모습이던 김씨가 이씨 등 체포 직후 큰 심경변화를 일으킨 사실 등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 금고지기들에 대한 구속 수사는 그간 의혹으로 남아 있던 김씨의 거액 대여금·배당금 용처 확인 수사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천화동인 1호 대표 출신인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씨, 쌍방울그룹 부회장 출신 최씨를 18일 불러 조사했다. 둘은 지난 7월까지 김씨의 지시에 따라 그의 대장동 배당이익을 수표 인출, 차명 부동산 매입 방식으로 숨겨준 핵심들이다. 둘은 지난 1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정상적 경비 사용이라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의 구속 기간 중 검찰에 파악되는 범죄수익 은닉 규모는 260억원보다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은 언론보도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비리 의혹이 대대적으로 제기된 뒤인 지난해 10월 6일 김씨가 배당금 423억원을 수령한 직후 220억원을 모처에 송금한 정황을 잡고 계좌추적을 확대해 왔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에서 김씨에게 흘러가는 대여금이 화천대유 법인, 화천대유 대주주(김씨), 김씨의 측근인 이씨 등 여러 갈래로 쪼개진 경위도 살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은닉된 부분을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천화동인 1호가 김씨에게 장기대여한 금액은 168억5000만원, 화천대유에 단기대여한 돈은 60억원이다. 이 대여금은 2020년 말 기준으로는 각각 473억원, 55억원이었다. 천화동인 1호는 ‘당사 임직원’ 이씨에게 2019년 135억원을 빌려주고 2020년 133억5000만원을 상환받았다. 화천대유는 김씨가 473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린 이유를 “개발부지에 묘지 280기와 임차인 100여명이 있어 토지수용절차로 해결할 수 없었다” “대표이사나 회장이 직접 돈을 빌려 해결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었다.

의문의 대여금이 사업 로비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김씨가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언급한 일이 알려진 것은 엇비슷한 액수와 함께 의구심을 더해 왔다. 김씨의 주머니 사정을 아는 두 측근의 구속은 대장동 재수사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을 낳는다. 검찰은 김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게 나눠줄 배당이익을 자신의 지분 속에 잡아둔 것으로 의심해 왔다. 김씨는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 검찰 한 관계자는 “(범죄수익 은닉 수사가) 김씨의 약점을 짚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구정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