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질병관리청장에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내정됐다. 질병청장은 코로나19 시국에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방역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이다.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직책이다. 대통령실은 지 내정자를 “자타 공인 전문가”라고 소개했지만, 벌써부터 정실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 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55년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신임 내정자가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 해도 뒷말이 날 수밖에 없는 인사다. 유감이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직후 질병청장을 교체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질병관리본부장 시절을 포함해 4년10개월간 방역 수장을 맡았던 정은경 전 청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났다. 정부는 과학방역을 하겠다며 백경란 청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백 청장은 취임 당시부터 바이오 관련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야권의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국회는 지난달 백 청장이 주식거래 내용 등의 서류 제출을 거부하고, 국정감사장에서 위증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백 청장 사의 표명에 대해 “과학방역의 기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다. 소임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러니 국민이 정부의 인사 검증이나 과학방역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의료기관·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를 해제하는 단계적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을 법적 의무 대신 권고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 나온 말처럼 ‘국민에게 줄 설 선물’로 시점을 미리 정해놓고, 정책을 이에 맞추는 것은 과학방역이 아니다. 주간 위험도 평가, 감염재생산지수, 백신 접종률, 항체 보유율 등을 따져 적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는 추위를 타고 다시 번지고 있다. 18일 위중증 환자는 석 달 만에 가장 많은 500명대를 기록했다. 계절독감도 확산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 사망자가 늘 것은 분명하다.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지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근거에 입각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