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최대 폭인 1.25%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국내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이창용 한은 총재 등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은 예상된 수준이다. 다만 향후 추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가 얼마나 길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빅스텝 결정 이후 “이제 중요한 것은 최종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다. 어느 시점에는 ‘통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연준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이 최종 금리를 5%까지 높이고 한은이 내년 상반기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한 차례만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고공행진 중인 물가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리 인상을 미국보다 먼저 멈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인상될지에 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월 13일 첫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뒤 상반기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연준의 매파 기조를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간을 이보다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 11월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위원 6명 중 4명은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위원 2명은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맞물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한은은 내년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뒤 연중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