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녕!’ 4개월 날아간 다누리 17일 달궤도 진입

입력 2022-12-16 00:03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에 접근하면서 찍은 사진. 지구(왼쪽)와 달이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 지구는 달보다 약 4배 크기 때문에 같은 크기로 보이려면 다누리와 달 간의 거리가 다누리와 지구 사이 거리보다 4배가량 가까워야 한다. 다누리는 지난달 28일 고해상도카메라로 지구와 달을 사진 한 장에 담아 보내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가 4개월의 여정 끝에 마침내 달 궤도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다누리가 오는 17일 오전 2시45분 달 임무궤도 진입을 위한 1차 진입기동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진입기동이란 다누리를 달 상공 100㎞에 안착시키기 위해 추진 장치를 이용해 속도를 줄이는 작업을 말한다.

다누리는 지난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다. 다누리는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심우주로 날아갔다. 이후 지구 쪽으로 기수를 돌려 이번엔 지구 중력에 이끌려 달로 향하는 항적을 택했다. 연료를 아껴 달에서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누리는 발사 후 594만㎞를 비행한 뒤 17일 달과 108㎞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하게 된다.

다누리는 지난 8월 25일 우주 인터넷 탑재체를 통해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우주에서 스트리밍하는 데 성공했으며, 10월에는 ‘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은 매우 고난도 작업이다. 달은 지구에서 보면 느리게 움직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총알 속도인 시속 3600㎞로 움직이고 있다. 다누리는 현재 달보다 2배 이상 빠른 시속 8000㎞로 이동하는 중이다. 총알보다 2배 빠른 다누리를 총알처럼 빠른 달의 중력권에 밀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항우연은 1차 진입기동을 최대 고비로 본다. 1차 진입기동에서 다누리는 약 13분 동안 추진 장치를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동해(역추진) 시속 7500㎞까지 감속하게 된다. 만약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진입 궤적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다누리는 달에서 튕겨 나가버리게 된다. 이럴 경우 재진입을 시도해야 하는데, 추가적인 연료 소모가 불가피해 달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다누리가 너무 느리거나 달에 지나치게 접근했을 경우 달에 추락할 수 있다.

1차 진입기동 성공 여부는 다누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항우연은 이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을 15일 공개했다. 지구와 달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는 사진으로, 이렇게 촬영하려면 다누리를 정확하게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항우연에 따르면 지구는 달보다 약 4배 크다. 지구와 달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기 위해서는 다누리와 달의 거리가 지구보다 4배 가까워야 한다. 다누리는 지난달 28일 지구와 달이 비슷하게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고, 정확하게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1차 진입기동의 결과는 오는 19일 나올 예정이다. 1차 진입기동에 성공하면 이달 28일까지 모두 4차례의 진입기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누리가 달을 공전하는 궤도를 타원에서 점차 원형으로 안정화하는 작업이다. 21일 2차, 23일 3차, 26일 4차 진입기동을 실시하고, 28일에는 5차 진입기동 및 데이터 분석에 착수한다. 달 안착 여부는 29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다누리가 달 궤도에 안착하면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달 상공 100㎞에서 하루 12회 달을 돌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국이 2030년대 초 달착륙선을 보내기 위한 착륙 후보지를 물색하는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