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비리의 핵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외부에서 자신의 자금을 관리하는 측근들에게 지시, 수표 인출과 차명 부동산 매입 등의 방식으로 약 260억원의 수익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대장동 사업의 천문학적 이익이 일반에 알려진 때부터 현 정부 들어 검찰이 수사팀 개편 이후 사건 재수사에 들어갈 무렵까지 계속됐다. 검찰은 대형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이 돈을 빼돌리기로 의도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재산 은닉에 관여한 측근들이 체포된 직후 큰 심경 변화를 일으켰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씨가 수익 환수를 가장 두려워했다는 해석부터 외부에 ‘할 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까지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김씨는 검찰의 재수사 이후 폭로를 이어가는 다른 사건 관계인들과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비리 연루 의혹에 선을 그어온 편이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김씨의 대학 동문이자 그의 통장을 관리해온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 폭력조직 출신으로 김씨와 고액 금전거래를 계속한 최우향씨에 대해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는 김씨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연결해준 인물로도 지목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김씨 지시를 받아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 중 260억원가량을 수표로 인출해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통해 차명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대대적 의혹 제기 이후 김씨가 수사기관의 대장동 수익 추징보전 등을 우려해 외부에서 자신의 자금을 관리하려 했다고 본다.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여 김씨가 단기간에 주변 인사들과 거액을 빌려주고 갚는 식의 이상 거래를 이어온 단서를 잡았다. 대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관계회사에서 회계처리로 ‘세탁’된 뒤 경기도 수원 토지 등 부동산 매입에 쓰인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이들의 거주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표 현물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상적 거래를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범죄수익 은닉이 사실상 모의된 정황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앞서 김씨 변호인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했다. 변호인이 통상적인 법률 조언을 넘어선 ‘메신저’ 역할까지 한 단서가 잡힌 것으로 읽힌다. 김씨는 구치소 수감 중에도 바깥의 측근들에게 지시를 내려온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씨의 경우 김씨를 변호하는 법무법인의 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수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김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와 오전 4시 등 여러 차례 자해를 했고, 목과 가슴 등에 자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위중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자해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변호인이 소방 당국에 연락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김씨는 의식이 있고 질문에 대답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의 자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그는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의 숨겨진 지분이 실재하는지를 확인해 줄 수 있는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석방된 이후에도 침묵을 유지해 왔다.
이경원 구정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