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당대회 룰 변경 논의에 공식 착수했다. ‘7(당원투표)대 3(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로 당대표를 뽑는 현행 룰에서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더 높이는 것이다. 애초 유력했던 ‘9대 1 룰’을 넘어서서 아예 당원투표를 100%로 하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행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전당대회 개최 방안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전당대회를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전진과 축제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문재인정부를 무너뜨리고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책임당원들에게 당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부 선출을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심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룰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여론조사를 빼고 100% 당심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유럽 내각제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국가가 어디에도 없다”면서 “전당대회는 당의 총의를 묻는 자리지 국민 인기를 묻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100% 당원투표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인선 의원은 초선 의원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100% 당원투표로 룰을 바꾸자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은 극소수였다”고 전했다.
정점식 의원도 재선 의원 모임 후 기자들에게 “거의 대다수 의원들이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100% 당원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100만 책임당원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분출하고 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우리가 더불어민주당보다 민심 반영 비율이 적어서야 되겠느냐”며 “룰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18년 동안 전당대회 룰(7대 3)을 지켜 왔다”며 “어떤 것이 국민을 향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공포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당원들의 축제라고 부르짖지만 윤핵관만의 축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 입시제도를 바꾸면 혼란스러워진다”며 “1등 자르고 5등 대학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게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손재호 구승은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