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에우라요키시의 인구는 1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작은 도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지어지면서다. 에우라요키시는 원전 3기와 방폐장, 풍력·태양광 발전소까지 가동을 앞둔 ‘에너지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에우라요키시의 베사 라카니에미 시장이 방폐장 건설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12일 한국을 찾았다. 경주시와 울주군 등 원전 지역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그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초청 강연자로도 나섰다.
베사 시장을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만나 방폐장 부지 선정 배경 등을 들어봤다. 그는 “신뢰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핀란드가 방폐장을 짓는 데는 4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방폐장 사업이 ‘믿을 만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긴 시간 동안 주민들과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의 60%는 원자력 발전 기술을 신뢰한다. 베사 시장은 “원자력 에너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방폐장 건설이 필수적이고, 온칼로(Onkalo·핀란드 방폐장)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초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 핀란드 전력 소비의 30%가 에우라요키시 원전에서 생산된다. 베사 시장은 “2025년부터 에우라요키시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가동이 시작된다”며 “핀란드의 혹독한 겨울에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원전과 함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방폐장 건설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까지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지 못한 국내 상황을 놓고는 활발한 소통과 철저한 사전 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사 시장은 “한국은 이미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원전과 방폐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이에 따라 각각 의견을 갖고 개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핀란드와 지질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지질 조사를 바탕으로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부지 선정 이후에는 지금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등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